

2017년 설립된 메이사는 드론과 위성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실측 가능한 3차원 데이터로 바꾸는 공간AI 기업이다. 최석원 대표가 말하는 공간AI는 형상을 넘어 맥락을 읽는 기술이다. 무엇이 놓여 있는지 인식하고, 도면과 대조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읽어내는 일이다. 국내 상위 10대 건설사 중 8곳이 고객사이며 250개 현장에서 쓰인다. 드론과 위성을 함께 다루는 사업자는 국내에서 메이사가 사실상 유일한데, 8년간 축적한 드론 데이터로 위성 영상의 해상도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국토교통부 AX 스프린트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탐지를 넘어 조치까지 수행하는 플랫폼을 개발한다. 골프장과 일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며 2027년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이다.
- 공간AI로 형상이 아니라 맥락을 읽는다 / - 드론·위성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디지털화…2027년 기술특례상장 목표 / - 건설 250개 현장에서 골프장·방산까지…상위 10대 건설사 중 8곳 고객
공간AI 기업 메이사(Meissa)가 2027년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 2017년 설립된 메이사는 사진 수천 장에서 실측 가능한 3차원 데이터를 뽑아내는 리얼리티 캡처(Reality Capture) 엔진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했다. 건설 현장 관리에서 출발해 골프장과 위성 영상 분석으로 영역을 넓혔고, 드론과 위성을 함께 다루는 사업자는 국내에서 메이사가 사실상 유일하다.
최근 메이사는 국토교통부의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AX 스프린트)' 국토·교통 분야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AX 스프린트는 11개 관계부처가 합동 추진하는 범부처 최대 규모의 AI 전환 프로젝트로, 총 246개 사업에 7,540억 원이 투입된다. 메이사가 맡은 '건설 공정·안전 관리 AI 플랫폼 상용화' 과제는 총사업비 약 40억 원 규모로 2026년 7월부터 12개월간 수행된다. 핵심은 드론과 실내 드론, 사족보행 로봇을 활용해 토공·지형부터 기초·구조물, 실내·지하까지 건설 전 공정의 리스크와 근로자 안전을 상시 감시하고,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경고 방송과 물리적 조치까지 직접 수행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컨소시엄에는 산업용 IoT 안전관리 기업 무스마와 비전 AI 플랫폼 슈퍼브AI가 기술 파트너로, 현대건설이 수요기업으로 참여한다. 메이사는 드론 기반 이미지 분석을 담당한다.
서울 강남 메이사 사무실에서 만난 최석원 대표는 이번 과제가 메이사의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하늘에서 촬영해 공간의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었다면, 이번 과제 선정으로 실내와 지하까지 공간을 파악하는 범위를 넓혔다.
◇공간의 맥락까지 이해하는 '공간 AI'
메이사가 말하는 공간AI는 공간의 맥락을 이해하는 AI다. 우선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한다. 흙더미인지 그 위에 잠시 세워둔 덤프트럭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AI는 트럭을 흙으로 읽어 물량을 부풀린다. 설계 의도도 이해한다. 도면대로 시공됐는지, 어긋났다면 얼마나 어긋났는지를 판단하려면 3차원 데이터를 BIM이나 캐드와 겹쳐 읽어야 한다. 시간의 변화까지 읽어낸다. 같은 장소를 매주 촬영해 쌓으면 지난주와 이번 주 사이에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맥락을 학습할 원본이 세상에 거의 없다는 점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인터넷에 디지털 원본으로 쌓여 있고, 그래서 언어 모델과 비전 모델이 발전했다. 반면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오프라인 공간에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기록이 부족하다. 지도는 평면이고, 위성사진은 위에서 내려다본 한 장의 그림일 뿐 높이도 형상도 담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 이 현장이 어제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기록해둔 데이터가 없다. 메이사가 10년 가까이 하늘에서 땅을 찍은 이미지를 고집스럽게 모아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이사는 이 공간 데이터를 분석해 현실의 공간을 디지털로 재현한다.
"낮게 찍으면 CCTV와 드론이고, 더 올라가면 항공기와 헬기, 저궤도·중궤도·고궤도 위성까지 갑니다. 고도와 상관없이 하늘에서 땅을 찍은 이미지는 전부 저희가 분석하는 영역에 들어옵니다."
◇상위 10대 건설사 중 8곳…250개 현장에서 사용
리얼리티 캡처 엔진으로 특정 공간을 수백 장, 수천 장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면 그 공간에 있는 물체가 3차원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추출할 수 있다.
"사람 눈에는 레이저 센서가 없지만 물체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면 어느 물체가 더 큰지 알 수 있잖아요. 한쪽 눈만으로는 원근감을 못 느끼지만 두 눈의 시차로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진에는 스케일 정보가 없다. 작은 물체를 확대해 찍은 것인지, 큰 물체를 멀리서 찍은 것인지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다. 사진 속에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 놓고 찍는 것과 같은 원리가 필요하다. 동전 크기를 이미 알고 있으면 함께 찍힌 물체의 크기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현장 근처 맨홀 뚜껑이나 도로 마커 같은 기준점 몇 개를 측량해 3차원 데이터와 결합한다. 그러면 전체가 좌표 정보를 품은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상에서 두 점 사이 거리를 재 10m가 나왔다면, 사람이 줄자를 들고 나가 재도 10m가 나온다. 눈으로 봤을 때 그럴싸한 3D가 아니라 실측 가능한 3D라는 점이 핵심이다. 메이사는 이 엔진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해 상용화했다.
메이사가 이 엔진을 건설 현장에 먼저 접목한 것은, 건설이 앞의 세 가지 맥락을 매일 요구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시공하는 내내 측량을 반복해야 건물이 제대로 올라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흙을 얼마나 퍼냈는지 물량을 산출하려면 지형과 그 위에 놓인 장비를 가려내야 하고, 도면대로 시공됐는지 검증하려면 3차원 데이터를 설계와 겹쳐 읽어야 하며, 공정이 계획대로 나아가는지 보려면 지난주와 이번 주를 견줘야 한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 판별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물량을 계산할 때 그 자리에 덤프트럭이 서 있으면 트럭까지 흙으로 읽혀 오차가 생긴다. 지형인지 잠시 놓인 객체인지를 AI가 가려내 걸러내야 실제와 맞는 숫자가 나온다. 지상기준점 보정에 자체 AI 보정 엔진을 더해 실측값과의 차이를 좁히기도 한다. 그 결과 수일이 걸리던 광파기 측량과 데이터 후처리가 10분 안팎의 자동 분석으로 줄었다.
땅속에 깊이 박힌 말뚝도 식별해낸다. 현장에 박힌 수천 개 말뚝의 위치가 설계 좌표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관입 깊이가 기준치를 넘었는지를 데이터로 잡아낸다. 사람이 일일이 검측하던 일을 사무실에서 확인하는 셈인데, 항심 오차를 미리 파악하면 후속 공정과의 간섭을 예측해 재시공 비용을 막을 수 있다. 안전 영역에서도 중요하다.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근로자가 쓰러진 것 같은 고위험 상황을 AI가 스스로 포착해 관리자에게 위치와 함께 알린다.
국내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8곳이 메이사를 쓰고 있고, 주요 파트너는 전국 현장 100%에 도입했다. 현재 기준으로 250개 건설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재계약률은 80% 수준이다.
'메이사그린'은 건설 현장의 메이사 플랫폼과 기반 기술이 같다. 무인 드론 스테이션에 배치된 드론이 정해진 시간마다 자율 비행하며 전 코스를 촬영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관리자는 사무실에서 전 코스 그린의 상태를 고화질로 확인하고, 열화상으로 표면 온도를 함께 읽어 관수와 시약 작업의 시점을 잡는다. 지도 위에 정확한 위치를 찍어 업무를 지시하면 담당자의 모바일 앱으로 알림이 가고,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기록은 그 위치의 상태·조치·결과 데이터로 자동 연결돼 쌓인다. 구두 지시로 오가던 작업이 기록으로 남고 시약과 시비 사용량이 재고에 실시간 반영된다. 메이사그린으로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던 관리를 시스템화 할 수 있으며, 코스 관리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드론과 위성, 둘을 함께 쓰는 회사만 할 수 있는 일
메이사는 드론뿐만 아니라 위성으로도 공간 데이터를 수집한다. 위성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해당 장소에 가지 않아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곳이나 넓은 곳의 데이터 수집에 유용하다. 갈 수 없는 지역을 모니터링하거나 지진 같은 대형 재난이 났을 때 사고 지역의 면적을 계산하는 일에 위성이 쓰이는 이유다.
메이사는 글로벌 위성 공급업체 10여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필요한 해상도, 필요한 지역의 위성 데이터를 소싱한다. 위성마다 몇 센티미터 해상도인지, 가시광선을 찍는지 적외선을 찍는지, 어느 지역을 촬영하는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조건별로 파트너를 확보해 두고 있다.
드론과 위성을 함께 다루는 회사는 국내에서 메이사가 사실상 유일하다. 두 데이터를 동시에 쓸 수 있으면 가능한 일의 폭이 넓어진다. 성격이 다른 두 모델을 이어 붙여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고, 드론 데이터를 지렛대 삼아 위성 영상의 해상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첫 번째 사례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협업이다. 메이사는 KAI의 조종 훈련용 시뮬레이터에 3차원 공간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시뮬레이터가 작동하려면 작전 지역 주변의 지형을 정확한 3차원으로 구현해야 하는데, 기존에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맵을 그렸었다. 지금은 정밀도가 필요한 구역을 드론 기반 3D 모델로, 배경을 위성 데이터 기반 모델로 만든 뒤 하나의 지도 위에 합쳐 시뮬레이터 환경을 구성한다.
두 번째는 해상도다. 위성과 드론의 성능을 비교할 때 쓰는 단위는 GSD(Ground Sample Distance, 지상표본거리)로, 이미지 한 픽셀이 실제 땅에서 몇 cm를 담는지를 뜻한다. 값이 작을수록 더 작은 것까지 알아볼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카메라라도 높이 올라갈수록 픽셀 하나가 담는 면적이 넓어지니, 지상 100m 안팎에서 찍는 드론과 수백 km 상공의 위성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위성 기술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드론은 건설에서 보통 2~3cm를 씁니다. 그런데 지금 제일 좋은 위성이 30cm고, 작년까지만 해도 50cm가 최고였어요. 지금 개발하고 있는 위성은 15cm, 기획 중인 위성 중에는 7cm급도 조금씩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때 10배 가까이 벌어졌던 드론과의 격차가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지점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또 하나의 방법은 AI다. 이미 찍힌 영상을 선명하게 만드는 초해상화로, 50cm 위성 영상을 30cm급으로 개선하는 식이다. 문제는 흐릿한 영상과 선명한 영상을 짝지어 대량으로 학습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메이사는 이미 가진 드론 이미지의 해상도를 일부러 낮춰 흐릿한 짝을 만들어냈다. 2~3cm 원본을 30cm급으로 떨어뜨리면 한 쌍이 완성된다. 2017년 창업 이후 700개에 육박하는 현장에서 매주 1~2회씩 쌓아온 드론 데이터가 곧 학습 재료인 셈이다. 위성 데이터만으로 학습시킨 곳들과 성능 차이가 벌어지는 지점이다.
◇"넓은 공간이면 어디든"…종착지는 피지컬 AI
"넓은 공간을 관리하는 산업에는 다 들어갈 수 있어요."
넓은 공간을 관리하는 산업이라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판단이다. 광업과 농업, 조선업, 태양광 발전이 후보로 꼽힌다. 해외는 일본에 힘을 모으고 있다. 건설이 규제 산업인 탓에 나라마다 프로세스가 제각각인데, 한국 건설이 일본에서 넘어온 만큼 가장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일본 3위 건설사인 오바야시구미 현장에 적용하며 확대를 논의 중이고, 일본에서만 10개 가량의 현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종착지는 어디일까. 최 대표는 피지컬 AI를 들었다. 피지컬 AI가 활성화될수록 오프라인 공간에서 동작하는 로봇 시장이 커질텐데, 그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지금 그 공간이 어떻게 생겼고 무엇이 놓여 있는지에 대한 이해다. 로봇은 사람과 달리 눈앞의 상황을 짐작으로 메우지 못한다. 어디가 통행 가능한 지면이고 어디가 낭떠러지인지, 저 앞의 물체가 고정된 구조물인지 잠시 놓인 자재인지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한 걸음을 뗀다. 실내에서는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 로봇이 라이다를 달고 돌아다니며 스스로 공간을 익히면 된다. 하지만 건설 현장이나 산 하나를 끼고 있는 골프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로봇이 직접 돌기에는 너무 넓고, 그사이 지형 자체가 계속 바뀐다. 하늘에서 주기적으로 내려다보며 갱신하는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메이사가 10년 넘게 쌓아온 데이터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프라에 가까워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공간을 디지털로 옮기는 일, 그 위에 다양한 AI 모델을 얹는 일, 피지컬 AI가 작동할 인프라를 까는 일. 메이사는 공간과 AI라는 두 접점에서 사업을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AI를 모두 묶어 공간AI라 부르는 이유다.
결국 AI가 우리 삶에 실제로 닿으려면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이해해야 한다. 메이사가 설립 이후 줄곧 하늘에서 땅을 찍어온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지금은 건설 현장과 골프장에 머물러 있지만, 광업과 농업과 조선으로, 그리고 국경 밖으로 그 범위가 넓어질수록 메이사가 서 있는 자리도 달라질 것이다.
조광현 스타트업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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